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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 팔레스타인의 크리스천들

(2) 팔레스타인의 크리스천들
  • 2013.07.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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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캠프 열고, 아동 수감자 권익보호 앞장서고, 난민구호에 헌신하고… 

팔 인구 2%안팎 기독인, 그들은 ‘평화의 전령사’ 


서안 및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크리스천 인구는 대략 5만∼6만 명. 전체 인구 가운데 2%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평화의 전령사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사르 다헤르(57). 그는 베들레헴 남쪽 유대산맥의 능선에 위치한 캠프촌 ‘열방의 거처(Tent of Nations)’ 대표다. 동시에 목사였던 선친의 유언을 따라 3대째 100년 가까이 가문의 땅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1916년, 오스만투르크 점령 시절에 그의 할아버지가 구입한 42헥타르의 땅은 영국 식민지 시절과 요르단 점령기를 지나 지금까지 가문의 소유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정착촌이 조성되면서 20여 년 전부터 토지를 몰수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다헤르 대표의 아버지가 생각해낸 특단의 대책은 캠프촌을 만드는 것. 

“이 곳에 평화 캠프를 열어 많은 나라 사람들이 머물도록 하려무나.” 

아버지의 유언을 실천에 옮긴 것이 ‘열방의 거처’다. 이 곳에서는 매년 2∼3차례 며칠, 또는 몇 주간씩 방문객들이 머물면서 본인의 이름표를 단 유실수나 올리브나무를 심고 밭을 일구며 지내는 ‘평화 캠프’가 열린다. 지난 13년 동안 수만 명이 참여했고, 인근의 이스라엘 정착민들도 동참할 정도여서 이스라엘 정부의 토지 몰수를 막는 효과가 있다. 

다헤르 대표가 대를 이어 평화운동을 펴고 있다면 50대 중반의 리팟씨는 가족 모두가 ‘피스 메이커’로 활동하는 경우다. 목사이자 신학자인 리팟씨는 팔레스타인 청소년보호단체 DCI의 총무로 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20년을 헌신해왔다. 30대 초반인 그의 딸 비산 미트리씨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피난민들을 위해 일하는 평화활동가다. 아들인 다퍼(28)씨는 대안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팔레스타인 이슈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다퍼씨는 4년 전 한국을 방문해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주제로 전국을 돌며 강연했다. 

팔레스타인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난민 문제의 한 복판에도 크리스천 여성이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거주권 지원단체 바딜(BADIL)의 실무를 총괄하는 루브나 쇼말리 소장이 주인공이다. 40대 초반의 루브나 소장은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2008년 귀국했다. 전공분야인 유전자공학과 전혀 상관없는 난민지원 업무를 선택한 그녀는 모든 관심이 난민들에게 가 있는 듯 했다. 그는 “요즘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유럽지역 교회 봉사 단체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 교회에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할 수 없는지 물었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의 활동상을 접하다보면 이들이 꼭 100년 전쯤, 우리나라 신앙 선조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일제강점기 크리스천들은 각종 선언문을 만들고 학교를 설립하며, 각종 단체를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처럼 루터회, 성공회, 침례교 등 팔레스타인의 모든 기독교 교단에 소속된 목회자들은 2009년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선언문’을 만들어 전 세계에 알렸다. 이 문건은 팔레스타인 현실을 전 세계 크리스천들에게 알리고 관심과 기도를 요청하는 초교파적 호소문이다. 

이 문건을 작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루터교 출신의 미트리 라헵(베들레헴 국제센터) 목사도 베들레헴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선언문은 막다른 골목에 갇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친 절규였다”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과 현실을 ‘와서 보고’ 함께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귀국하기 전날, 베들레헴 한 마을의 민박집에서 만난 여주인 마들렌(50대 후반)씨. 아들 셋을 둔 그녀의 소박한 기도 제목은 한국의 여느 가정집 주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국에 있는 2명의 아들과 꼭두새벽에 일하러 나가는 장남, 그리고 일 잘하는 며느리와 셋이나 되는 손주들의 안전과 온 가족의 행복…. 하룻밤 사이 마들렌씨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베들레헴·헤브론=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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