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실/언론 보도

[국민일보] (1) ‘올리브나무’의 슬픈 진실

[‘대안성지순례’ 팔레스타인을 가다] (1) ‘올리브나무’의 슬픈 진실
  • 2013.07.15 21:45
  • 트위터로 퍼가기
  • 싸이월드 공감
  •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확대 축소 인쇄

기사이미지


이-팔 분쟁 현장에 평화의 올리브나무 심는 사연은?

대안(代案)성지순례는 기존의 유적지 탐방 중심의 성지 답사를 벗어나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순례 프로그램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이스라엘과 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오늘’을 들여다보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참된 평화의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마련된 팔레스타인 순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베들레헴과 헤브론, 라말라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일대를 답사한 한국YMCA전국연맹(이사장 안재웅 목사)의 대안성지순례팀 동행기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빠져나온 일행 앞에 노란색 바탕의 번호판을 단 승합차가 서 있었다. ‘팔레스타인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이라는 뜻이다.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의 갈림길, 20대 후반의 가이드 샤디가 베들레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쪽으로 핸들을 꺾으면서 대안성지순례는 시작됐다.

#올리브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 

지난달 28일 오전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인근의 베이트 오마르 지역.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10여분 달리던 차가 시야가 탁 트인 동산 한가운데 멈췄다. ‘이렇게 전망 좋은 곳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무렵, 마을 주민인 유세프(40)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기 보이는 철조망과 이스라엘군 감시 초소 뒤편 마을이 제가 살던 고향이에요. 7년 전 이스라엘이 우리 마을을 강제로 점령하고 정착촌을 세우면서 우리 가족은 이곳으로 쫓겨났어요.” 그의 말대로 철조망 너머에는 붉은색 지붕의 이스라엘 정착촌 가옥들이 줄지어 있었다.

눈길을 끄는 건, 이스라엘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사이에 자라고 있는 수백 그루의 어린 올리브나무들. 이스라엘 측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심어놓은, 일종의 ‘평화 방패’나 다름없었다.

올리브나무 심기 캠페인을 돕고 있는 평화NGO 자이(JAI)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지역에 심어진 올리브나무 60만여 그루를 뽑았다. ‘일정 기간 경작을 안하면 이스라엘 토지로 수용한다’는 이스라엘 토지법에 따른 것. 하지만 팔레스타인 내 점령지역을 늘리려는 꼼수라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분석이다.

올리브 나무 심기의 아이디어는 이스라엘 토지법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베들레헴과 헤브론 등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곳곳에는 전 세계 평화 활동가들이 나서서 올리브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관리 방치지역을 두지 않기 위해서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1만2000여명이 총 9만 그루를 심었다.

팔레스타인 자이 매니저인 니달 아부줄루프씨는 “올리브나무 심기 캠페인은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저항’이라는 의미에서, 또한 땅의 점령행위를 실질적으로 막아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루당 20달러짜리 올리브 묘목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나무같았다.

#콩나물시루 분리장벽을 통과하다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사이를 가로지른 분리장벽의 체크포인트(검문소) 300번 지점. 지난 2일 새벽 5시 동트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체크포인트 쪽으로 달려갔다.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으로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이다. 오전 4시에 문이 열리는데 매일 1만5000명이 통과한다.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체크포인트를 통과해보기 위해 2열종대로 200m가까운 행렬 틈에 섰다. 마치 콩나물 시루같았다. 3차례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꼭 45분이 걸렸다. 맞은편에서 다시 베들레헴 쪽으로 들어오는 시간은 고작 3분. 그곳에는 여전히 100m넘는 행렬이 줄지어 있었다.

지난 5월부터 이곳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의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에큐메니컬 동반 프로젝트(에피·EAPPI) 소속 자원봉사자 울리프(여·25·독일)씨의 한마디. “우리가 여기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스라엘 정부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요. 이미 지난 11년동안 1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거든요.” 연대와 행동의 힘이 얼마나 큰지 울리프는 벌써 깨달은 듯했다.

#한국교회는 왜 팔레스타인을 품어야 할까 

기존의 성지순례가 과거와 역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대안성지순례는 ‘오늘’과 ‘현장’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최창모 중동연구소 소장이 최근 세미나에서 언급한 표현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었다.

“한쪽(이스라엘)의 건국일이 다른 쪽(팔레스타인)에서는 ‘나크바(재앙)’의 날이 되고, 똑같은 높이의 담장도 한쪽은 ‘보안 장벽’이라 일컫고 다른 한쪽은 ‘분리장벽’이라 부른다. 한쪽은 다른 쪽을 ‘테러리스트’라 부르고 다른 한쪽은 ‘독립투사’라고 말한다….”

기독교 신앙의 그루터기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갈등 속에서 진정한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는데, 일행 중 한명이 물었다.

“한국교회는 왜 팔레스타인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에피(EAPPI) 실무를 총괄하는 유세프씨가 대답했다.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리스도의 지체가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그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관심을 가지는 건 마땅한 일이 아닐까요.”

베들레헴·헤브론=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링크]
http://missionlife.kukinews.com/article/view.asp?gCode=0000&sCode=0000&arcid=0007372187&code=23111111